매일신문

[사설] 엎친 데 덮친 월街 쇼크

'9월 위기설'을 겨우 넘긴 한국경제가 이번에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금융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경제의 심장인 월街(가)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대한 '거품'이 마침내 터진 것이다.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15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세계 1위 증권사인 메릴린치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또 미국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도 이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40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초대형 금융기관 3곳이 한꺼번에 위기상황을 드러낸 것이다. 리먼의 부채가 6천130억 달러(약 680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후폭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정부는 국내금융시장이 영향을 받겠지만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서 영업 중인 AIG는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어 보험계약자 보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100년 만에 한번 올 수 있는 사건으로 더 많은 대형 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경고처럼 앞으로가 더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먼저 외부 충격 흡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리먼에 투자한 7억2천만 달러는 휴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메릴린치에 들어간 27억2천만 달러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미국 정부도 구제 금융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화가 급격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 空洞化(공동화)에 대비해 충분한 외화를 확보해야 한다.

일본은 벌써 리먼의 자산을 동결했고 중국은 금융시장 경색에 대비,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당국의 발 빠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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