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딸랑딸랑"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구의 연인과 친구들이 집결한 듯 동성로는 인파의 물결로 출렁거리고 있었다.
"여러분의 작은 손길이 어려운 이웃들을 살립니다. 금액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세요!"
팔짱을 낀 연인이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어 넣고, 아빠의 손을 잡은 고사리손이 동전을 자선냄비에 집어넣었다. 남을 돕는다는 게 쑥스러운 듯 바삐 넣고는 도망치듯 걷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지현아, 저금통처럼 빨간 냄비가 보이면 동전을 넣어주는 거야." 한 아주머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이웃돕기를 가르쳤다. 동전을 넣고 함박웃음을 짓는 모자(母子)의 뒷모습이 따뜻했다. 연인과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나왔다는 조모(28)씨는 "제발 내년에는 취직도 되고 경제가 살아났으면 하고 소망한다"며 자선냄비에 돈을 넣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 목도리를 칭칭 감은 여중생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까지 내미는 손길들로 자선냄비는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종소리도 더 크게 울려펴졌다.
"얼마 전에는 한 아가씨가 올 한 해 자신의 성과라며 헌혈증서 10장을 넣었어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좋아보이는지…. 날씨는 춥지만 시민들의 마음은 얼어붙지 않은 것 같아요." 이윤자 구세군 사관은 종을 치며 웃었다.
자선냄비에는 동전이나 1천원짜리 지폐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수표도 나온다고 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세밑을 훈훈하게 한다. 한 자원봉사자는 "동전이나 1천원짜리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자선냄비에 참여한 사람의 수가 많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밤이 깊어가면서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은 발을 동동거리기 시작했다. 힘차게 종을 울리던 한 봉사자는 "오늘 자정이 모금 마지막 시각이라 아쉽다"며 "추위와 싸우지만 마음은 더 따뜻해진다"고 했다.
구세군 대구경북본부 추승찬(59) 장관은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시민들이 호주머니를 여는 것이 참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난해보다 성금액이 늘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려울수록 남을 돕는다는 생각이 더 커지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세군들은 지난 8일 자선냄비를 설치한 이후 매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활동했지만 성금이 부족할 것을 걱정해 더 많은 시간을 봉사했다. 자원봉사자의 힘과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한데 뭉쳐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구세군 대구경북본부는 이달 8일부터 24일 자정까지 모금을 완료해 모은 성금이 1억9천여만원으로 가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6천100여만원보다 3천만원이 더 늘었다. 대구경북의 구세군 모금은 2005년 1억4천여만원, 2006년 1억5천500여만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구세군 대구경북본부는 중구 대구백화점, 한일극장, 대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 12개소와 경북 16개소에 자선냄비를 설치, 모금활동을 벌였다. 모인 성금은 기초수급자 가정이나 복지시설 등에 후원금으로 쓰인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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