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남자 세우기

잠을 잘 수가 없다. 잠에서 깨어 한숨이라도 쉴라치면 피곤한 아내가 짜증을 낼지도 몰라 조심스럽다. 아이들은 웃으면서 잔다. 미소가 흐른다. 날이 더워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부럽다.

그대여, 아내의 뒤태를 바라보라. 사뿐히 다가가 아내의 등에 그대의 가슴을 갖다 주어라. 두꺼운 팔로 아내를 살포시 감싸라. 아내의 볼과 그대의 볼을 만나게 해주어라.

그대여, 탱고 음악을 준비하지 마라. 열정의 탱고로 아내를 사로잡고 싶겠지만 과욕이다. 탱고는 어렵다. 쉬운 걸 선택하라. 쿵짝짝 왈츠가 좋다. 쿵짝짝 정서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재미난다. 아내는 '왕과 나'를 생각하며 살짝 웃을지도 모르니 아내의 눈과 입을 번갈아가며 느리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썸타는 느낌이 와야 성공이다. 남녀 간 왈츠의 거리가 탱고의 거리보다 썸타기에 적절하다. 아, 그대의 가슴에 힘주기, 턱을 3도 절도있게 들기, 눈은 섹시하게 아래로 내려보기가 포인트이다. 그대는 이제 섹시한 로맨틱 왕으로 등극하리라.

그대여, 동네가 떠나가도록 대문 앞에서 아이들 이름을 불러라. 아이들이 대문 밖으로 나올 것이다. 와락 아이들을 안아라. 아이들이 싫다고 놔달라고 소리쳐도 그대로 있으라. 아이들이 "땡"이라고 하면 가슴에서 놓아 주라. 아이들은 내일 또 아빠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대는 이제 반가운 가족이 된다.

그대여, 요즘 유행하는 연속극을 보라. 전기세 노래는 그만두고 에어컨을 꼭 켜라. 소파에 눕지 말고 바로 앉으라. 무릎에 아내의 머리를 올리고 아내의 귀에게 말하라. "당신이 좋아해서 나도 좋아." 아내는 유치하다며 그대를 밀치지만 꺄르르꺄르르 오그라드는 웃음으로 좋아할지어다.

그대여, 주말에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틀어라. 제목이 뭔지 묻지 마라. 체면 깎인다. 주말이면 아이들은 자동으로 TV를 먼저 틀어 두니 물어볼 이유도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를 대령하라. 당신은 바닥에 앉아 함께 웃으면 된다. 웃는 타이밍은 생각보다 쉽다. 아이들이 입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그대도 웃을 준비를 하면 꼭 성공이다. 그대는 이제 자녀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된다.

그대여, 뜨거운 오늘, 그동안 만든 몸을 아내에게 선물하자. 아, 몸을 만들지 않았어도 당황하지 말고 윗도리를 벗어 급성 팔굽혀펴기 100번을 하라. 가슴에 땀방울만 만들면 끝이다. 쉽다. 살짝 헐떡이며 고르지 못한 숨을 아내에게 달려가 들려주어라. 아내의 가슴에 그대의 얼굴을 포옥 묻는 것이 포인트이다. 아내는 모른 척 그대를 꽈악 안아준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아내의 가슴팍에 계속 묻혀 있으라. 말해서 분위기 깨지면 본전도 못 찾는다.

멋진 밤, 좋은 밤, 편한 밤, 아름다운 밤, 황홀한 밤, 썸타소서.

조옥형 연세심리상담클리닉 대표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