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그럼에도 통일, 그러니까 통일

채명지 달성군의회 의장

지난 8월 4일 경기도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부사관 2명이 목함지뢰로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보름여가 지난 20일에는 연천군에 로켓 포탄이 떨어졌다. 모두 북한이 저지른 만행이다. 우리 군 또한 대응사격을 하고 경계를 강화하는 등 북한의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고 박근혜 대통령은 3군 사령부를 방문했다. 휴전선에는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고 2+2 고위급 접촉이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무박 4일간 43시간이라는 유례없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당장에라도 전쟁을 일으킬 듯 무력시위를 강화했지만 우리 정부와 협상단은 원칙을 고수했고 결국 북한의 사과를 받아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여당과 야당은 한목소리를 냈고 국민의 안보관은 더욱 단단해졌으며 굳건한 한미동맹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북한은 믿었던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자신의 편이 아니며 벼랑 끝 전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당장에 허장성세를 멈출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무자비하고 비인도적인 도발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이후 3천 건 넘게 자행되어왔다. 핵실험,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무수단리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 2000년 이후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까지 이 상태가 계속될지, 앞으로 또 어떤 도발이 일어날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생겨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은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북한은 세계무대에서 고립되었고 주민의 삶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비참해졌으며, 급기야 최상위 지도층마저 불안감에 이탈이 속출한다. 남한의 피해도 심각하다. 북한의 도발은 우리 장병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 온 나라를 슬픔에 잠기게 했을 뿐 아니라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가 주민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차로 남남갈등은 심화되고 헛된 이념논쟁으로 국력이 낭비되고 있다. 경제적 손실 또한 여간 큰 것이 아니다. 통일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 주민은 더 이상 헛된 죽임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 주민은 목숨을 걸고 탈북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남한의 군인들도 졸린 눈을 비비며 경계를 서지 않아도 된다. 이념의 갈등도 남북한의 반목도 사라진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첫 번째 길이 바로 통일인 것이다.

매년 쏟아붓는 엄청난 국방비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되고 국민의 복지를 위해 쓰이게 된다. 토목, 건축, 의료, 교육, 복지, 조림 등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7천만 소비시장은 내수기업을 활성화하고 수출 의존을 벗어나 국제 경기에 상관없이 경제가 안정화된다.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러시아, 일본 등 동해가 필요한 국가들에게 통일된 한반도는 투자처이자 물류의 중심지가 된다. 지난 1970년대의 고도 성장이 통일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도 지금과는 전혀 달라진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고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온다. 평화가 정착되고 번영이 담보된 국가가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물론 자조적으로 쓰는 줄타기 외교, 등거리 외교라는 말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오히려 통일한국은 아직도 분쟁 중인 국가들에 롤모델이 되며 평화가 번영에 어떻게 이바지하는가 알릴 수 있는 증거가 된다. 이는 아직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못했으며 통일한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알고도 통일 대박이라는 말을 했다. 통일의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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