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동씨 가족의 충남 보령 여행

# 오전 8시가 넘어 보령으로 출발!

충남 보령까지 가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하지만, 느긋하게 출발했다. 비가 오면 나들이 차량이 적고 자연 차가 덜 막힐 거라는 계산. 경부,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보령시 웅천읍에 도착한 시간이 낮 12시 30분. 토속 된장찌개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웅천읍 대창리에 있는 '가재마을'로 향했다.

# 오후 1시 20분 신기한 민물 가재 잡기

"악∼!" 아빠가 가재를 잡은 손을 내밀자 수민(9), 민서(8) 두 딸은 "무섭다"며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아직 어려서 물지 않으니까 이렇게 손위에 올려놓으면 돼." 도시에서 자라 가재를 직접 볼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 김씨는 인터넷에서 여행 정보를 찾다가 알게 된 가재마을에 들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놀라 도망가던 아이들은 이내 신기해하며 가재를 잡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인터넷 뒤져 사전에 철저한 공부(?)

가재마을은 아직 조성 단계여서 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됐고 풀 속을 뛰어다니는 두꺼비도 아이들에겐 신기한 구경거리.

# 오후 2시 '성주사지'에서 문화유적 답사

빗줄기가 잠시 멈춘 성주사지(聖住寺址)의 풍경은 절터 뒤쪽 성주산(680m)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보태져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신라 말 유행했던 9산선문의 하나인 성주사가 있던 자리.

"여기 남아있는 주춧돌은 금당(대웅전)의 기둥이 서있던 곳이야. 자연석을 그대로 써서 돌 크기가 조금씩 달라"

미리 공부해 둔 김씨는 "빈 절터에 어떻게 절이 서있었을지 상상해 보자"며 아이들을 이끄는 모습이 전문가 못지 않아 보였다. "대구시에는 국보가 한 점도 없잖아. 하지만 성주사지에는 최치원이 쓴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라는 국보 제8호가 있어 중요한 곳이란다."

# 오후 2시 53분 '냉풍욕장'에서 더위 씻어내기

"냉풍욕장이 도대체 뭐예요?"

보령시 청라면 냉풍욕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궁금해하던 아이들은 냉풍욕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오들오들 추위(?)에 떨어야 했다. 12℃의 차가운 바람이 부는 냉풍욕장에 들어서니 '춥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았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50m쯤 터널을 걸어 들어가니 궁금증이 풀렸다. 지하로 5㎞쯤 이어진 폐광의 갱도 깊숙한 곳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었다. 이곳은 7, 8월 두 달만 문을 연다.

# 오후 3시 50분 갯벌에서 맛조개 잡기

물이 많이 빠진 독산해수욕장의 펄은 붐비지 않아 좋았다. 과연 맛조개를 잡을 수 있을까. 어린이 손바닥 길이 만한 맛조개는 모양이 대나무 한 마디와 비슷해 예전에는 죽합(竹蛤)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맛소금, 모종삽, 비옷. 준비물을 갖추고 맛조개 잡기 작전에 돌입. 모래 위를 기어다니는 작은 조개나 게는 오늘 작전대상이 아니다.

가스비 제외하고 700원 남아

삽으로 모래를 비스듬히 파내니 약간 빠끔한 구멍이 보였다. 여기에 소금을 뿌리니 물이 조금씩 올라왔다. 짠 소금 맛에 바닷물이 차 오르는 걸로 착각한 맛조개가 고개를 내미는 것. 그 다음은 잡아내기만 하면 된다. "맛조개로 미역국 끓여 먹어야겠어요." 아내 백지원(37)씨도 아이 마냥 신나 하는 모습이다.

# 밤 11시 집에 도착한 김씨 가족의 나들이 결산

이날 김씨 가족이 차로 달린 주행 거리는 752㎞. 다행히 네비게이션이 있어 길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이 2만2천300원. 입장료는 전부 없었고, 점심·저녁밥 값과 과자·음료수 등에 2만7천원이 들어 700원이 남았다. 승용차에는 이미 가스를 꽉 채워 둔 상태여서 일단 비용에서 제외했다.

"나들이 가서 먹는 데 쓰는 돈도 만만치 않잖아요. 현지 파출소 등에 물어보면 값싸고 맛있는 토속 음식점을 추천 받을 수 있어요."

김영수기자

사진 : 아빠가 잡은 가재를 보며 신기해하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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