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택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구의 개인택시 운전자가 승객 1천 명을 상대로 '대구의 택시'에 대해 설문 조사를 벌였다. 주인공은 택시운전 10년차인 황화강(58) 씨. 그는 31세부터 20년간 시내버스를 몰았고, 3년간 법인택시를 몬 뒤 개인택시를 7년째 운영하고 있는 대구 대중교통의 산 증인이다. 황 씨는 "네발 달린 짐승(?)과 30년을 동고동락했는데, 이 짐승을 싫어하는 시민들이 많다."며 "지하철 2호선 개통, 지하철~버스 무료 환승 등으로 인해 택시 이용객이 급격히 줄면서 택시 운전자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지만 이럴수록 더욱 힘을 내고 서비스를 개선해야겠기에 승객의 불편·불쾌함을 직접 듣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씨는 4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4개월 20일 동안 자신의 택시를 탄 남자 450명, 여자 550명 등 1천 명에게 자신이 직접 제작한 A4 설문지로 10개 문항(중복 응답)을 물었다.
◆짧은 거리, 짜증낸다
승객들은 택시의 가장 큰 문제로 '짧은 거리에 대한 운전자의 반응'을 꼽았다. '짧은 거리를 가자고 했을 때 짜증을 낸다'는 질문에 445명이 '그렇다'고 응답, 조사 항목 중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골목길에 들어가자고 하면 짜증낸다'(333명), '답변이 퉁명스럽다'(311명), '출발 전에 요금버튼을 누르고 도착 뒤 올라간 요금도 받는다'(262명)가 상위에 올랐다.
또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257명), '목적지 가는 길이 승객이 생각하는 길과 달라'(235명), '만원 권을 내면 짜증낸다'(211명), '목적지를 운전자가 모른다'(193명)고 한 응답도 적잖았다.
◆립 서비스도 안한다
'택시기사로부터 인사말을 듣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주 듣는다'가 309명뿐인 반면 '가끔 듣는다'가 567명, '거의 듣지 못한다'는 124명이나 됐다. '안전 운전상태'에 대해서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간혹 난폭할 때가 있다'가 688명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운전'(291명), '난폭하다'(21명) 순이었다. 택시 이용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통'이 659명으로 가장 많았다. '택시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빨리 가려고'(570명), '편하고 편리해서'(322명)가 가장 많았는데, '습관적으로 탄다'는 응답자도 46명이나 됐다.
◆개인택시 대 법인택시
승객들은 '빈차가 있을 때 어떤 택시를 타겠느냐'는 질문에 '아무거나'가 540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법인과 개인 중에선 법인이 268명으로, 개인택시 192명보다 많았다. 개인택시를 꺼리는 이유로는 '법인택시보다 늦게 가서'가 328명으로 가장 많았고, '법인택시보다 불친절'(131명), '법인택시 운전사를 동정하는 마음에서'(48명) 순으로 조사됐다. 황 씨는 "승객들은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운전을 느리게 하면서 요금을 더 받으려고 한다는 얘기를 자주했는데 설문조사 결과도 예상대로였다."고 지적했다.
황 씨는 "개인택시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월 200만 원은 벌었는데 요즘에는 4인가족 기초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100만 원 벌이도 힘든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도 있듯이 남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자신부터 바뀌려고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올 것 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 "손님이 되레 미안해 하는 택시 얼굴이 화끈"
어떤 50대 아주머니가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칠성시장 농협까지 가자고 하니 기사가 '짧은 거리는 지나가는 차를 타라.'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리려고 하니 기사가 '내리면 그마저도 못 번다.'며 다시 화를 내며 출발했고, 결국 파티마삼거리를 U턴해서 다시 우회전, 좌회전를 하더니 3천500원을 받았답니다. 화가 난 아주머니가 신고를 하려고 차량 번호를 외웠는데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하소연하다 그만 번호를 잊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모녀가 심야시간에 택시를 탔는데 딸이 '골목 안까지 좀 들어가 달라.'고 하니 대뜸 '딸 교육 똑바로 시켜라.'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더군요. 얼굴이 다 화끈거렸습니다.
이외에도 '짧게 가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승객도 적잖고, 같은 이유에서 '짧은 거리는 무조건 걸어간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불황에다 승객을 오래 기다리느라 지친 기사들이 워낙 힘들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손님은 왕'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며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만이 택시 호황 시대를 다시 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화강 기사가 얘기하는 9가지 친절
1. 짧은 거리 승객에게 화내지 말기
2. 골목길 진입 요청에 웃으며 답하기
3. 먼저 인사하기
4. 목적지 도착 뒤 오른 요금 받지 않기
5. 운전 중 통화하지 않기
6. 승객이 원하는 길로 가기
7. 만 원짜리 지폐 낸다고 화내지 않기
8. 여성승객에게 성적 농담 않기
9. 야간에는 실내등 켜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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