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털보 기자의 이슈 털기] <14> 유승민을 바라보는 두 시선

"대구를 망친 사람" Vs "대구를 구할 사람"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4선 국회의원, 이하 직책 생략)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기대했던 유승민이 비판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올 4월 총선에서 격돌했다. 박근혜는 '배신의 정치'라고 칼날을 세웠고, 친박 세력은 '공천 탈락'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유승민은 무소속으로 나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고, 다시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60대 이상 "죽일 놈" VS 젊은 층 "살릴 분"

박근혜와 유승민의 정치적 대립은 복당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때문에 솔직히 대구는 좀 피곤하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60대 이상 노년층은 유승민이 박근혜에 대해 로얄티(충성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승민 때문에 대구 다 망가졌다. 박근혜를 충심으로 도와야지. 왜 틈만 나면 저리 또 쓸데없이 입을 나불거리냐"는 말을 쏟아낸다.

반면 중년층을 비롯한 젊은 세대는 "유승민은 바른 말을 하고 있고, 박근혜는 무조건적 지지를 해준 대구를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반대 논리를 편다. 그래서 가정이나 술자리에서 언쟁이 붙기도 한다. 양쪽 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지난 2007년, 유승민은 박근혜가 대선주자로 당 경선과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 그의 주요 참모(정책실장 등)로 도왔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당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 유승민 의원이 무대 뒷편에서 눈물을 훔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처럼 유승민은 2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나름 최선을 다해 박근혜를 도왔다. 그럼 됐다. 이제 소신껏 정치를 해도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유승민 입장에서 보자면 박근혜의 도움을 받아 다음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것보다 지금과 같은 스탠스가 더 나을 법하다. 물론 선택은 유승민의 몫이고 정치적 책임도 마찬가지다

◆대구에 누가 있나? '다시 보자 유승민'

기자는 개인적으로 유승민이 강단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부 기자 시절, 유승민을 여러번 취재해 봤지만 한번도 불합리한 면모를 보인 적이 없었다. 그는 언론과 밀당하려는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았다. 함께 식사나 술자리를 해도 깔끔하고 명료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코멘트는 그 어떤 의원들보다 쉽고 간결했다. 아버지 유수호 전 의원의 대를 이은 정치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부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따뜻한 마음과 좋은 판단력을 지닌 정치인' 쯤으로 봐도 무방할듯하다.

역대 TK(대구경북) 출신 대통령은 5명(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이다. 그러나 이 중 순수 대구 출생은 노태우(팔공산)-박근혜(동성로) 뿐이다. 차세대 지역출신 대권주자가 그리운 대구로 봐서는 '박근혜의 임기말 연착륙'도 중요하지만, ' 대안으로서의 유승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승민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누구보다 대구를 손바닥보듯 들여다보고 있는 정치인이다. 밀양신공항 좌절로 인한 지역의 어려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터이다.

한 스텝 더 나가자면 유승민은 여권에서 지역의 대변자로 대권을 노릴 만한 내공도 갖고 있다. 현재 여당 내에 TK의 마음을 헤아릴만한 정치인이 누가 있는가. UN사무총장 반기문, 전 여당 대표 김무성, 전 서울시장 오세훈이 대구경북지역의 서글픈 현실을 알기나 알까.

물론 유승민이 당 내에서 처신을 다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공감을 얻어 우군을 확보하면서 해야 한다. 친박 세력에게 '왕따' 당하며 자기 정치만 한다면 분명 최선의 길은 아니다. 차세대 대권주자로서 유승민을 냉정하게 지켜볼 일이다.

※만평 형식의 이 코너는 한 주간에 대한민국 또는 대구경북을 뜨겁게 달군 핫이슈를 해학적으로 풀거나, 통찰력있게 뒤집어 봄으로써 가벼운 통쾌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특정인을 악의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