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폭염 기록, 드디어 깨지다!'
8월의 첫날인 1일 마침내 깨졌다. 이날 남북 강산에 맹위를 떨친 무더위로 지존의 자리를 한껏 누렸던 대구의 더위 명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음을 많은 언론은 잊지 않고 앞다퉈 기록으로 남겼다. 이날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 기온이 41℃로, 1942년 8월 1일 대구가 세운 40.0도를 가볍게 제쳤다. 무려 76년 만에 한여름 최고 기온의 새 이정표가 세워졌다.
물론 이날 폭염 기록 행진은 대구로만 끝나지 않았다. 서울 역시 이날 낮 최고기온이 39.6도로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으니 무려 111년 만의 대기록을 세웠다.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평북 강계 경우 38.9도로 기상 관측 사상 최고였다고 조선중앙TV가 방송할 정도였다. 남북 모두 이날 폭염의 폭격에 항복한 셈이다.
그런데 대구의 더위는 다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지중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올리브 열매를 대구에서도 따는 일이다. 최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아열대기후로 변할 조짐을 보이는 대구의 지금과 같은 날씨(평년 기준 연평균 기온 13.3도)가 이어지면 2041년이면 올리브 열매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불과 23년 뒤의 일이다.
따뜻한 지중해의 먼 이국(異國)땅 올리브 열매를 대구서 따는 날, 그동안 대구를 대표했던 능금 즉 사과는 아련한 추억 속 과일로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 유명 대중 여가수인 패티김이 불러 널리 알려진, '능금꽃 피고 지는 내고향 땅은'으로 시작하며 절로 정겨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대구찬가'의 감미로운 가사조차 어쩌면 바꾸거나 새로운 '대구찬가'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기록 경신보다 더 큰 걱정은 내년 수능시험을 치를 고교 3년을 비롯한 수험생을 둔 이 땅의 모든 부모이다. 당장 7일부터 수능 100일을 앞뒀으니 폭염에도 자녀 합격을 빌기 위해 갓바위를 비롯한 전국 산하의 여러 기도처로 몰릴 터이다. 그 뜨거운 부정과 모정의 극성을 더윈들 어찌 막으랴. 그러니 더위여, 더도 말고 이제는 그만 멈춤이 어떠할는지요! 그리고 세상의 부모님이여, 덜도 말고 이번 폭염만큼은 피하심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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