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치안 최전선, 지구대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112 신고가 접수되면 지구대(파출소) 경찰관이 가장 먼저 출동한다. 범죄 현장에서 시민을 보호하고, 용의자를 잡거나 추적한다. 경찰 지구대는 사건 초동 조치와 범죄 예방의 최전선에 있다. 순찰과 112 신고 출동이 핵심 업무다. 술 취한 사람을 보호하고, 길 잃은 치매 어르신을 찾아준다. 수사 업무도 지원한다. 지구대에는 수사와 체포에 잔뼈가 굵은 형사 출신들도 있다.

늦은 밤이나, 호젓한 길에서 경찰관을 보면 불안이 싹 가신다. 경찰관과 순찰차는 존재 자체가 범죄 예방이다. 나쁜 짓을 하려는 사람들은 제복과 경광등을 보면 멈칫한다. 힘든 여건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경찰관들이 있기에 치안이 확보된다.

우리나라가 '치안 강국'의 명성을 잃고 있다. 서울 신림역·분당 서현역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외신들은 "세계적인 치안 강국에서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이 사상 첫 '특별 치안 활동'에 나섰다. 그런데도 등산로 성폭행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경찰이 장갑차, 특공대까지 동원해 인파 밀집 지역을 관리했지만, 사각 지역 범죄를 막지 못하고 있다. 한 곳을 집중하니, 다른 곳이 뚫렸다.

경찰의 치안 시스템과 조직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지구대(파출소) 중심으로 일상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구대 형편은 열악하다. 지구대에는 50대 경찰관들이 많다. 경북의 지구대·파출소 경찰관은 2천800여 명, 이 중 절반 이상이 50대이다. 대구의 지구대·파출소에서도 50대가 40%를 넘는다. 여기에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구대도 상당수다.

나이 많은 경찰관은 장점이 있다. 산전수전(山戰水戰) 경험은 범죄 대응에 효력을 발휘한다. 신참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떨어진 체력과 기동력이 문제다. 지구대가 '치안 최전선' 역할을 충실히 하려면 인력의 신구(新舊) 조화가 필요하다. 현장 치안에 투입되는 순경·경장·경사 계급이 대규모 결원인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경찰관은 14만 명이며, 길거리 등에서 치안 활동을 하는 경찰력은 3만 명이다. 정부가 23일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추진하고, 치안 업무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 조직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치안 강국' 위상을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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