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금금리 잇단 인하…퇴직자 한숨

외환위기 직후 한때 연 25%까지 육박했던 은행 수신금리가 5%대로 5분의1 가까이 급락하면서 퇴직자, 노인층 등 이자를 받아 퇴직생활을 설계하거나 노후생활을 준비중인 50·60대들의 불안감이 심각하다.

특히 이같은 초저금리 기조는 실물경기 둔화 등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은행을 대체할 만한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등도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여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의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수신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속락해 농협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5.8%로 떨어지는 등 5%대로 낮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한때 25%짜리 초고금리 단기상품이 등장했던 것에 비하면 "요즘 은행 이자는 껌값"이라는 시중의 우스갯소리가 실감날 정도다.

똑같은 돈 1억원을 은행에 맡기더라도 98년초에는 세금을 떼고 연간 1천560만원, 월 130만원씩 받을 수 있었던 게(당시 일반적인 20% 금리 기준) 요즘엔 월 40만원이 고작이다.

특히 개인연금 등 장기금융상품의 노후연금수령액은 금리가 높았던 때의 3분의2 수준으로 떨어져 35~40%라는 급격한 연금소득 감소가 전망된다. 매월 100만원씩 10년간 불입하고 이후 10년간 나누어 받는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한 경우 금리가 연 10%일 때는 월 수령액이 267만원 가량이지만 금리가 5%로 하락하면 수령액은 164만원 정도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안전망의 하나로 출발한 국민연금도 5% 수준의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연금수령액이 당초 기대치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한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ㄱ씨는 "명예퇴직금, 퇴직금 등을 합해 3억원 정도를 받게 되지만 은행 금리가 너무 박해 어디에 넣어둬야 최저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안정된 수익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평생을 은행에서 보낸 보상을 은행에 맡기지 못한다는 게 역설적"이라고 탄식했다.

실제로 시중자금 흐름은 최근들어 급변, 은행으로만 몰리던 자금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3년여만에 상대적으로 최고 2% 포인트 이상 금리를 더 주는 투신사, 상호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으로 선회하고 있다.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 진병용 소장은 "저금리는 기업자금 활성화, 국제경쟁력 강화, 물가안정 등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이자를 받아 생활하거나 생활할 계획이라면 저금리시대에 맞는 새로운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