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은행의 기업환경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기업환경 순위가 전년보다 7단계나 하락한 30위로 나타났다. 이 결과만을 놓고 보면 우리정부의 기업환경 개선 노력과 줄기차게 추진되어온 기업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기업들이 사업을 영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나라라는 허탈감을 갖게 한다.
특히 178개 대상국 가운데 창업(110위), 고용(131위), 납세(106위) 분야는 경제규모 13위의 경제대국이란 사실을 무색하게 한다. 창업을 하려면 10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기간은 17일, 비용은 1인당 국민총소득의 16.9%가량이 소요되어 OECD 회원국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라 한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노동경직성, 과다한 납세 횟수와 소요시간 역시 고질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 외 교역분야(30위→13위)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전년에 비해 악화되어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까지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보다 경제규모(GDP) 순위가 한참 아래인 아일랜드나 싱가포르, 홍콩은 세계적으로 기업환경이 가장 우수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5%에 이르지만 싱가포르는 20%, 홍콩은 17.5%, 아일랜드는 12.5% 수준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의 성공적 유치 및 고속 경제성장의 주요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는 1988년 47%의 법인세율을 12.5%로 파격적으로 인하, 지난 10년간 EU 평균의 3배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며 최근 5년간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수도권과 지방의 사정이 천양지차임을 감안할 때 비수도권을 따로 평가한다면 최하위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외국기업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우리 기업들은 기회만 되면 해외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으며 여기에다가 지방기업은 상대적으로 기업환경이 좋은 수도권으로 진출하려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환경과 관련된 각종 규제와 지원책을 재검토하여 과감한 개선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특히 지방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일률적인 규제나 지원책보다는 지방특성이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한 차별화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대구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경제계에서는 지역의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정책당국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건의해 왔고, 최근 부동산 관련규제 일부 해제와 법인세 감면을 골자로 한 지역분류제도 등의 대책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지역 기업들의 반응은 해외기업이나 수도권 기업과 견주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는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지역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애로사항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반영해 추진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분류제도는 오랫동안 지역경제의 견실한 버팀목이 되어온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 각종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어 정책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기존의 지방 중견 및 대기업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인세 감면 등 중소기업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 주택가격상한제 폐지와 미분양아파트 해소와 관련한 세제완화 등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가업승계를 위해 상속되는 기업에 대해 파격적인 상속세 감면제도를 마련해서 하루빨리 시행했으면 한다. 넷째, 지역에 공급가격이 저렴한 공단을 조성하여 성장유망기업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지방공단조성에 대한 정부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기업들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운영하거나 고급 두뇌인력을 유치할 경우 대폭 지원토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째, 영남권 5개 광역시·도와 상공회의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에 대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기업환경개선 차원에서 조속히 가시적인 추진방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반기업 정서도 기업환경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국민 모두가 기업과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풍토를 조성해 나가야겠다.
이외에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한반도 긴장해소로 대내외 신뢰를 높여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서도 지방정부와 관련기관, 기업,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세계적 유수기업이 우리지역을 찾고 지역소재기업들이 세계일류기업으로 커갈 수 있는 특색 있는 기업환경 개선 시스템을 만들어 추진해 나가야겠다.
이인중 대구상의회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