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이야기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관객이 얼마나 영화 속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있느냐와 관련이 있다. 즉 영화 속에는 관객이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는 주인공이나 관찰자 등의 주요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
이는 관객이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의 '불신과 인식'에 관련된 것이다. 우리는 극장에 들어서면서 곧 시작하게 될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동시에 내가 보는 것은 '영화'이고, 그러므로 지금부터 보는 것은 '가짜'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영화가 이런 관객의 인식을 무장해제시키지 못한다면 관객은 허구의 세계인 영화에 몰입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영화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시큰둥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의 실패는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영화는 적어도 관객이 극장에 입장해 있는 순간에는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진실처럼 느껴지게 하거나 관객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가 영화 속에서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은 많은 경우 나 또는 내 주위의 누군가처럼 보인다. 이제는 점점 추억의 애니메이션이 되어가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이러한 감정이입의 장치를 극대화한 경우다. 사실 이 애니메이션은 광범위한 관객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종류의 작품이 아니다. 마니아성이 짙은 로봇 이야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12사도의 출현 등 종교적이고 난해한 SF의 세계관 역시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세대와 성별, 국가를 넘어 많은 사람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신지'라는 인물이 자신 같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세밀하게 묘사된 신지가 느끼는 고독과 공포의 감정이 매우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위 '깡패'가 등장하는 갱스터 영화는 어떤가? 직업군 자체를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를 떠나 일반적으로 관객들은 그들을 동정받지 못할 사회의 악이라 생각한다. 그런 인물에게 관객은 어떻게 몰입하게 되는 것일까? 왜 나쁜 짓을 많이 한 주인공이 죽는데 관객은 눈물 흘리거나 비명을 지르는 것일까?
이야기의 담당자들은 '비열한 거리'나 '하류인생'과 같은 영화에서 특히 초반부에 주인공의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특수한 대상을 일반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해당 영화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회에 나와 시련과 고난에 직면하게 되는 사회 초년생인 나의 모습을, 그리고 자리 잡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 형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때문에 관객은 '악'의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거나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동정이나 지지를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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