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세 여아 사망 한달 만에 또… 경북대병원 왜 이러나

"전산장애 수술 못해…다른 병원 가보라"…뇌출혈 환자 의식불명 상태로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 입구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 입구

뇌출혈로 두통 증상을 호소하던 40대 여성 환자가 대구지역 4개 병원을 돌아다니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발병 후 5시간이 지나 뇌 수술을 받았지만 6일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장중첩 진단을 받은 4세 여아가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로 인해 지역 대학병원들의 공신력은 물론이고 '메디시티'를 내걸고 각종 국책사업을 진행해온 대구시 전체에 큰 파문을 안겨주고 있다.

◆4개 병원 전전한 응급환자=이달 1일 오전 8시 30분쯤 강모(48·여) 씨는 갑작스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강 씨의 아들은 119의 도움을 받아 달서구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보훈병원으로 옮겼다. 9시 20분쯤 강 씨는 CT촬영 결과 뇌출혈 판정을 받았고, 10시 40분쯤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경북대병원에서도 긴급 수술을 받지 못한 채 오전 11시 50분쯤 굿모닝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다시 CT촬영을 한 뒤 혈관기형에 의한 뇌출혈이 의심되자 결국 오후 1시가 넘어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다.

환자 강 씨 가족은 "보훈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해 경북대병원으로 갔지만 한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며 "전산장애 때문에 치료가 안 된다고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환자 가족 측은 "의식도 없는 환자를 데리고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책임지고 치료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병명을 모르거나 치료법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전산장애나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진퇴양난 경북대병원=경북대병원 측은 전산시스템 장애 때문에 강 씨의 수술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큰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말 장중첩 4세 여아의 사망으로 인해 보건복지부로부터 권역 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 방침을 통보받았으며 내년 1월 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사건으로 큰 난관에 처했다.

경북대병원 측은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내고 "뇌출혈 이후 재출혈로 환자가 악화됐기 때문에 즉각 수술이 필요했지만 전산장애로 수술에 앞서 필요한 검사가 평소 2, 3시간보다 더 걸릴 것으로 판단돼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며 "보호자에게도 모두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씨처럼 뇌혈관 질환의 경우 빠르고 정확한 초기 진단과 치료 시행 여부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데도 대구권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는 경북대병원이 전산장애 같은 이유로 수술을 미루고 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한마디로 대구전체의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져 있었다는 것이다.

강 씨를 수술한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의식이 없었고 뇌출혈도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으며, 수술 후 처음엔 움직임이 전혀 없었지만 조금씩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다"며 "하지만 의식이 돌아오더라도 말을 못하거나 사물을 인식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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